원하지 않는 씨름
야곱은 긴장, 절망과 하나님의 은혜를 골고루 경험하면서 드디어 한 번 지나면 돌아설 수
없는 경계선인 얍복강가에 이르렀습니다. 그에게는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과 비장함까지 곁들여 있었습니다. 한 번의 결단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발걸음이 무거워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에서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환심을 사기 위하여 선물을 보내고, 종들을 보내고, 자녀들을 보내고,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까지 보내 놓고도 자신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대와 의심, 그리고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야곱을 비겁한 자로 만들어 가고 있지만 그것에 연연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구체적인 방안이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에서가 가족을 공격하면 즉시 도망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에서가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알수 없기에 밤이 맞도록 상황파악하느라 온통 정신이 얍복강 건너편에 가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하나님께서 벧엘에서부터 지켜 주시고 약속대로 자녀와 재물의 축복을 오늘에 이르렀음을 감사하고 에서의 분노에서 지켜 주실 것을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전략을 계속 건너편에 전달합니다.
이때 어떤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야곱에게 씨름을 걸었습니다. 그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성경에서는 그 사람을 하나님으로 표현합니다 (창 32:28),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개명하면서. 또한 야곱도 그 사람을 하나님으로 인식하였습니다 (창 32:30), 그 곳 이름을 브니엘이라 부르며 야곱이 하나님과 대면하여 보았으나 죽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씨름을 걸어 오셨습니다. 에서가 공격하면 즉시 도망쳐야 하는데 씨름할 겨를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 씨름을 기도라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어려운 시기에 속히 문제를 해결해 주시지 않으시고 하나님께 기도하게 하실까요?
임성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