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의 순간에 소망이
야곱은 형 에서의 통태를 살피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습니다. 작은 벌레가 그를 괴롭힌다거나 배고픔이 그를 힘들게 하여도 형을
감시하는 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난데 없이 나타난 천사가 씨름을 걸어 오는 것을 받아 드릴 수 없었겠지요. 아무리 반가운 분일지라도 지금은 아닌 것입니다.
천사는 자신이 돌아가야 할 시점이 된 것을 알고 야곱의 환도뼈를 쳐서 위골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씨름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야곱으로 하여금 그의 대책이 쓸모 없는 것임을 자각시켜 주러 온 것이었습니다. 야곱은 에서가 자신을 공격하면 도망할 것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꼼짝없이 당하게 된 것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어려운 일이 만나면 우리의 최선을 다하고 하나님의 도움심도 구하지만 그저 참고사항 정도로 여기고 관심도 갖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우리의 방법대로 응답해주시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막상 하나님이 힌트를 주셔도 무시하는 것입니다.
야곱은 이제 자신의 능력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을 헤쳐나가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전까지는 천사에게 제발 떠나달라고 하였으나 이제는 떠나지 말것을 간구하며 천사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전까지는 합리적인 지식과 이성적 판단을 통하여 품위 있게 (굳이 씨름을 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이제는 하나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면 해결방안이 없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임성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