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아브람이 어느 날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지시할 땅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창 12:1).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도 나타나셔서 점진적으로 목적지를 알려 줄 터이니 무조건 떠나라고 하신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하나님의 말씀이기에 무조건 순종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시를 따라 이동함으로 얻을 수 있는 감격을 기대하게 될 것입니다. 아브람은 아무 대꾸나 조건없이 그 말씀에 순종하여 떠났습니다. 목적지를 알지 못하고 떠나는 것은 대단한 모험입니다. 이런 자세는 모범적이고 훌륭한 것입니다.
아브람이 살고 있던 상황이 우상에 둘러 쌓여 있었고, 혼탁하고 어지러운 상황이었을 것이고 그런 와중에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던 아브람은 마땅히 그 곳을 떠나야만 했을 것이라고 나중에 생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르심을 받은 그 순간에 그가 그 곳을 떠나기는 그렇게 녹녹치 않았을 것입니다. 미국이나 외국으로 이민 온 우리들도 이민갈 곳이 한국보다는 좀 더 기회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늘에서 복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낮설고 의지할데 없는 곳에 고아와 같이 홀로 떨어진 존재일 것이라는 걱정이 떠나기를 주저하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아브람과 비슷한 입장이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떠나라고 말씀하실 때 그에게 약속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찌라” (창 12:2). 우리도 믿음으로 약속을 붙들고 움직이는 성도들입니다. 익숙한 곳에서 떠나는 것, 안전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를 떠나게 하시는 이유는 복의 근원의 역할을 감당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갈대아와 같은 현장에서 코로나 사태를 만나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 회복을 요구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복의 근원으로 선택하시고 복의 통로가 되라고 이곳에 보내셨습니다. 그 사명은 어려운 것이지만 반드시 수행하여야 할 고귀한 사명입니다. 우리는 어디에 정착하였든 천성을 향한 순례자로서 세상에 최종적 소망을 두지 않습니다. 하나님나라 대사로서 천국을 소개하고 행동으로 모든 사람들을 천국으로 초대하는 일을 위하여 각자의 터전에 이주시키셨다고 믿습니다.
임성진 (총장)